『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라』 한 때 내가 매우 싫어했던 말이다. 학창시절, 분명히 종교란 에 '기타'(개신교, 천주교, 불교 아니면 모두 기타였다.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 이상이 무교인데 이들을 모두 '기타'로 넣은 것이다.)라고 적었지만 재수 없게도 기독교 학교에 떨어져서 아침예배, 목요예배, 종교(기독교)수업 등을 강제로 해야 했던 때 선생이 하던 말이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라!" 대한민국에서 '하나님의 법'을 따르는 기독교도들이었지만 그때 나는 그 말을 어떻게 반박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당시엔 아무 말 못하고 그냥 지나가고 나중에서야 반박할 말이 생각났다.

1. 초창기 기독교도들은 로마의 법을 따랐는가? 로마는 기독교를 법으로 금지하고 탄압을 했는데 기독교도들은 로마의 법을 어기면서 끝까지 기독교를 믿었다. 비록 나중에 로마가 기독교 국가가 되면서 법이 바뀌었지만 그전까진 분명히 불법이었다. 이런 역사를 가진 종교를 믿는 자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라"는 말을 하는 것은 모순이다.

그러면 기독교를 안 믿는 사람들은 이 말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빼앗을 수 있는 걸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라"는 말은 그곳의 관습과 생활양식을 존중하라는 거지 개인의 기본권조차 박탈하는 말도 안 되는 어처구니없는 법을 무조건 지키라는 것이 아니다.

2. 대한민국의 법은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듯이 대한민국에선 대한민국의 법을 따라야 할 것이다. 일개 학교의 교칙이 어떻든 대한민국의 법이 우선이며, 다른 법이 어떻든 대한민국의 최고 법인 헌법이 우선이다. 헌법 제20조는 모든 국민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이 권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침해받아선 안 된다. 비록 종교의 자유엔 포교의 자유도 들어가지만 얼마 전 재판부의 판결에서도 볼 수 있듯이("헌법상 신앙의 자유가 종교 포교의 자유보다 더 본질적이고 기본적인 '기본권'이며, 종교 기관에 포교의 자유가 있지만 공교육 시스템 내에서 교육의 공공성이 더욱 중시돼야 한다") 포교의 자유보다 신앙의 자유가 우선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라"는 말을 하면서 학생들의 기본적인 자유를 침해하는 선생들에게 굴복하지 않고 학생들이 끝까지 자신들의 권리를 지켜나가 강제로 진행되는 예배와 종교수업 등을 거부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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