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에 늦게까지 책을 보다가 바퀴벌레를 봤다. 날씨가 풀려서 다시 활동을 시작했나보다. 책장 밑에서 나왔는데 크기가 꽤 컸다. 사람이 있는 걸 눈치 챘는지 빠르게 나오다가 딱 멈췄다. 저 징그러운 것, 끔찍한 전쟁이 다시 시작하는구나 생각하며 잡을게 없나 방안을 둘러봤다. 마침 바퀴벌레가 의자 근처에 있어서 의자에 달린 바퀴로 바퀴벌레를 깔아뭉개자 "찍" 소리를 내며 터졌다. 정말 못 들어줄 소리다. 죽이는 것도 싫지만 시체 처리는 또 어떻게 하나? 바퀴벌레의 통통한 몸이 손에 닿을까봐 휴지를 많이 뭉쳐서 의자 바퀴에 깔린 바퀴벌레에게로 가는데… 바퀴벌레가 더듬이를 움직인다. 좀 있으면 죽을 테니 그때 치울까 생각했다가 바퀴벌레는 머리가 잘린 채로 아무것도 안 먹고도 일주일을 산다는 말이 떠올라 다시 치우기로 했다. 바퀴벌레를 조금이라도 덜 만지고 싶어 방문과 화장실문을 열어두고 휴지로 집어 빠른 걸음으로 화장실에 가서 변기에 버렸다.

아으 저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것. 겨울이 올 때까지 저걸 또 잡아야하다니. 바퀴벌레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떠오른 게 있었다. 모든 것을 신이 창조했다고 믿는 종교인들은 신이 저 징그러운 바퀴벌레를 만들었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설마 심슨가족의 네드 플랜더스처럼 생각할까? 제발 그것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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