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종교 일반

「신의 길 인간의 길」을 본 무신론자의 소감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6. 30. 02:30

어젯밤 방영한 SBS 대기획 「신의 길 인간의 길」 1부 때문에 「신의 길 인간의 길」 누리집과 기독교 관련 누리집이 난리다. SBS 누리집에 기독교인들이 불만에 차서 항의 글을 올리고 있는데 기독교인뿐만 아니라 무신론자들도 불만이 많다.

일단 방송 내용을 알아야 서로 극과 극에 가까운 두 집단이 왜 모두 불만인지 알 수 있다. 「신의 길 인간의 길」의 내용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서 볼 수 있다. 앞부분은 「예수는 신화다」의 저자와 다른 사람들이 나와 예수의 이야기가 오시리스, 미트라 같은 여러 신화의 짜깁기한 것(예수의 기적인 처녀 출산, 물을 포도주로 바꾸기, 물 위 걷기 등은 이미 기원전 1~2세기에 있었던 이야기를 베꼈다고 한다)이니 예수는 신의 아들이나 메시아가 아니라는 내용이고, 뒷부분은 예수는 죽어서 천국에 가는 것을 원한 것이 아니라 현재 세상을 천국으로 만들고 싶어했던 혁명가라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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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들은 앞부분에서 예수의 신성성을 파괴한 것 때문에 화가 나서 SBS 게시판에 항의하는 것 같고, 디시인사이드 무신론 갤러리에서 활동하는 무신론자들은 큰 기대를 해서 그런지 사상적으로 문제점이 많았던 예수가 뒷부분에서 위대한 혁명가처럼 미화되는 것이 불만이어서 무신론 갤러리에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 같다.

무신론자인 나도 이 방송을 보면서 앞부분은 만족했지만, 뒷부분을 볼 땐 다른 무신론자들처럼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SBS도 먹고살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본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종교를 잘못 건드리면 종교단체에서 불매운동을 비롯한 각종 압박을 해서 종교는 언론에서 다루기 껄끄러운 대상이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여건 속에서도 공영방송이 종교단체 중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기독교에 맞서 예수의 신비주의를 벗겨 낸 것만 하더라도 매우 큰 발전이라고 본다. 앞으로 나올 2, 3, 4부도 'SBS의 먹고살기 위한 노력'이 조금씩 포함되어 나를 비롯한 무신론자들은 계속 불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불완전한 방송이 세상을 조금은 바꿔 놓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