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왜 청소년들의 흡연에 화를 내는가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면 어른들은 "어린 녀석이 감히!"란 말을 하며 혼을 낸다. 자기 자식이 담배를 피웠다고 상당한 체벌(=구타)을 가한 부모도 있다. 왜 이럴까? 어릴 적부터 흡연을 하면 건강에 매우 안 좋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나올 것이다. 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당연한 '공리'에 대해서 추호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그러나 최근 갑작스럽게 간접흡연의 '기회'가 늘어남에 따라 이 '공리'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학교에서의 금연교육도 담배를 피우면 폐나 간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피부가 안 좋아지고 키도 안 크며 여자들은 나중에 태어날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가르친다. 이것은 분명히 맞는 말이다. 담배는 우리 몸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단순히 흡연하는 것만이 사람의 몸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인가? 아닌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벌써 몇 년 전에 뉴스에서 간접흡연이 흡연보다 더 건강에 안 좋다고 보도했고 대부분 이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한 내가 아무리 담배에 손도 안 댄다, 금연을 한다 해도 난 흡연자와 비슷한 상태이거나 더 심한 상태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우리 사회에는 어린이, 청소년들을 비롯한 비흡연자들을 담배연기에서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나 법률 등이 마련되어 있는가? 안타깝게도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간접흡연이 흡연보다 건강에 더 해롭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간접흡연을 막을 보호막은 없다. 이에 대한 관심조차 미미하다.

뭔가 이상하다. 흡연이 건강에 안 좋다는 이유로 흡연하는 청소년들을 혼내는 어른들은 왜 청소년들이 간접흡연을 당하면 그들을 담배연기로부터 보호하려고 하지 않는가? 청소년이 담배를 피우면 호통을 치고, 자기 자식이 담배를 피우면 때려서라도 못 피게 하려는 어른들이 건강에 더 안 좋다는 간접흡연은 왜 묵인하는가? 심지어 어떤 어른은 어떤 청소년에게 이런 말도 했다. "담배가 정 피고 싶으면 숨어서 피워. 길거리에서 교복 입은 채로 피지 말고." 정말 건강이 걱정되어 어른들이 청소년들의 흡연에 꾸지람을 하는 것인가?

어른들이 청소년들의 흡연을 문제시하는 진짜 이유는 청소년들의 흡연을 '어른들이 만든' 법에 대한 불복종, 어른들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건강에 대한 말은 혼낼 때 쓰는 구실일 뿐이다. "호적의 잉크도 안 마르고", "이마에 피도 안 마른" 어린 녀석이 감히 담배를 피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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