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나쁜 책인지 아는 방법은 여럿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책의 형식을 보고 구분하는 방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아래는 제가 지금까지 보고 들은 것과 경험을 토대로 적은 겁니다. 모든 책에 반드시 들어맞지는 않지만, 대부분 이에 해당합니다. 별 수가 많을수록 더 들어맞습니다.

1. 한 쪽의 줄 수 ★★★★★
책 한 쪽에 글이 몇 줄이나 있는지 세어보세요. 글자도 크고, 줄 사이 간격도 넓어서 꽉 찼을 때 한 쪽에 23줄이 안 된다면 쪽 수를 늘리려는 수작이 들어간 책입니다. 괜히 쪽 수만 늘려서 종잇값 명목으로 책값을 비싸게 받는 겁니다. 보통 괜찮다 싶은 책들은 한 쪽에 25줄이거나 그 이상입니다.


2. 여백 ★★★★★
글자가 없는 여백이 넓은 것도 쪽 수를 부풀리려는 수작입니다. 여백의 미는 그림에 있어야 합니다. 필기도 그렇게 많이 안 하는데 넓은 여백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3. 양장본 ★★★★
양장본은 기능상 두꺼운 책에 적합합니다. 책이 별로 두껍지도 않은데 양장본이라면 예쁘게 보이려고, 책값 더 받으려고 하는 겁니다. 양장본은 최소 500쪽 정도는 되어야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의 판본엔 양장본반양장이 있습니다. 반양장은 딱 직육면체 모양의 책입니다. 양장본은 책 등이 약간 둥글고 앞뒤 표지가 딱딱한 종이로 되어 있어 접을 수 없습니다. 책 등이 둥글지 않은 양장본도 있습니다.)

4. 크기 ★★★★
여기서 크기란 두께보다는 가로*세로의 크기를 말합니다. 크기가 표준적인 책 크기인 신국판 152mm×225mm보다 작으면서 두께는 두껍다면 이 역시 쪽 수를 늘려 가격을 높이려는 상술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게 아니고 크기도 작고, 두께도 얇으면 문고본이거나 양이 별로 없어서 그렇게 한 겁니다.

이 밖에 색깔을 너무 많이 집어넣는 것도 상술입니다. 1, 2, 4는 시집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책의 형식이 상술이라고 그 책의 내용이나 질이 반드시 나쁜 건 아닙니다. 그러나 형식에는 출판사의 의도가 들어있습니다. 이 책을 팔아서 돈만 버는 게 목적인지, 돈도 좀 벌지만 정말 좋은 책을 출판하고 싶은지가 바로 형식에서 드러납니다.

한 쪽에 글이 몇줄 없고, 여백도 넓고, 양장까지 하고, 크기도 신국판 보다 작으면서 두껍게 해서 책의 양이 많아 보이게 한 다음(크기는 작아도 책이 두껍고, 쪽 수가 많으면 양이 많아 보입니다) 가격은 높게 받는 정말 천박한 상술을 쓰는 출판사는 광고하기에 바빠 정작 중요한 책의 내용은 허술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꼭 사야 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상술인 것만은 확실히 기억하고 계십시오. 이 글이 시간과 돈을 조금 더 좋은 책에 쓰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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