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도 사람입니다. 목사가 반드시 성인군자처럼 되어야 합니까? - 어느 개신교인

일제 강점기 때 친일 안 한 사람이 어딨어? 일반 백성 대부분이 이름 일본식으로 바꾸고 일본말 쓰고 그랬어. - 고등학교 시절 국어교사

세상에 잘못 한 번도 안 하고 올바르게만 산 사람이 어딨어? 왜 나만 갖고 그래? - 어느 실내장식(인테리어) 업자

세 사람의 말을 보고 이 글의 주제를 짐작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잘 모르겠는 사람도 이 셋 사이를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느낄 것이다. 위 세 말은 좋게 말하면 '변론', '변호'고 내 생각대로 말하면 '변명'이다. 첫째는 범죄를 저지른 목사들을, 둘째는 친일파들을, 셋째는 집 실내장식을 개판으로 한 자신을 '변호'하는 말이다.

실내장식 업자는 잘 모르겠지만 나머지 둘은 정말로 자신들의 말이 -논리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개신교인의 말은 그가 인터넷에 올린 글을 통해 보게 되었는데 범죄를 저지른 목사들을 '변호'하다가 '억울함'에 감정이 북받쳤는지 글에 상당한 감정이 드러나 있었고, 국어교사의 말은 보충수업시간 때 들었는데 친일파 얘기가 나오자 국어교사는 위 말을 하면서 당연하다는 투로 학생들을 설득했었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건 이들이 자신이 무언가를 '변호'할 땐 자신의 '논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것을 남이 똑같은 '논리'로 '변호'할 땐 전혀 수긍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그냥 감정적으로 -그 말의 논리적 타당성과 상관없이- 아니다 싶으면 수긍하지 않고, 맞다 싶으면 수긍하는 걸로 보인다. 그래서 사실 논리적으로 반박해봐야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 싶지만 적어도 잘 모르는 사람이 이런 말에 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들의 '변론' 아니, 궤변을 반박하겠다.

첫 번째 말을 보자. 피해자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자신이 신처럼 떠받드는 목사만을 위한, 상당히 파렴치한 말이다.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른 목사를 비판하고, 비난하는 건 '목사가 성인군자가 아니어서'가 아니다. 목사가 범법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에, 몹시 나쁜 짓을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돈을 횡령하고, 사기 치고, 폭행하고, 강간하는 건 범법행위이고 피해자가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큰 피해를 보기 때문에 매우 큰 죄다. 충분히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두 번째 말을 보자. 이 교사는 친일파의 범위를 아주 넓게 설정했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친일파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꾸고 일제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따랐던 수많은 백성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친일행위를 한 사람을 일컫는다. 을사늑약을 맺은 을사오적, '대일본제국'의 군대에 들어가라고 청년들을 독려한 문인들, 독립군 잡아가던 순사들, 일본에 빌붙어 같은 조선인을 억압했던 사람들이 바로 친일파이고 이들을 단죄하자는 거다. 세부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친일파의 범위가 조금은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악명 높은 친일파와 일반 백성을 같은 '친일파'로 보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마지막 말을 보자. 이 역시 단순히 잘못을 한 게 아니라 법을 어기고, 남에게 피해를 주었으니 그 행위를 문제 삼는 것이고, 죄를 지은 사람이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죄를 저질렀으니 마땅한 처벌을 받는 것뿐이다. 또 "왜 나만 갖고 그러냐?"며 억울(?)해하는데 이건 여건상 다른 사람들이 순전히 운이 좋아 안 걸린 것뿐이지 걸리면 똑같은 처벌을 받게 되어 있으니 전혀 억울할 게 없다. 물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모두 잡아 같은 처벌을 받게 해야 하지만 그건 경찰이나 단속하는 사람들이 일을 똑바로 하게 해서 잘못한 사람들을 모두 잡아들여 '억울함'을 풀어주어야지 그 사람을 그냥 놓아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는다면 합법적으로 일하는 사람이야말로 정말 억울함을 느낄 것이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확실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한 다음 앞으론 그러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지 그저 변명하기에 바빠선 안 된다. 종교인들도 그저 자기가 믿는 종교의 성직자라고 무조건 두둔하고 감쌀 것이 아니라 잘잘못을 확실하게 가려 잘못했으면 엄격하게 처벌해야 피해자도 덜 생기고 땅에 떨어진 성직자들의 위신도 그나마 좀 살아날 것이다. (난 반종교주의자라서 성직자들의 위신이 살아나는 게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성직자들의 더러운 행태로 수많은 피해자가 생기는 게 안타까워 이 글을 쓰는 것이다. 스스로 정화할 능력을 잃어버린 단체는 자멸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보여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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