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신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한다.”


투명한 용. 착한 사람만 볼 수 있다.

무신론자는 신이 투명해서 안 믿는 게 아닌데 이런 말을 하는 종교인들을 여럿 보았다. 몇몇 무신론자가 "신이 내 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진 믿지 않겠다(난 내 눈앞에 신이 나타나도 신을 믿지 않을 것이다)" 또는 "신이 있다면 보여달라"는 식의 말을 해서 그런지 위와 같은 잘못된 '논리'를 사용하여 신이 있다고 주장하는 글을 보았다.

이 말은 아주 쉽게 반박할 수 있다. 위 '논리'가 옳다면 신뿐만 아니라 투명한 모든 것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를테면 "공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투명한 용'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한다."는 식의 말을 할 수 있다. '투명한 용'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맨 위의 '논리'에 신 대신 '투명한 용'처럼 투명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상상의 존재를 집어넣으면 그 논리가 잘못되었다는 걸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잠깐 딴 데로 새서, 그런데 무신론자는 눈에 보이는 건 믿을까? 안타깝게도 무신론자는 눈에 보이는 것도 믿지 않는다. 홀로그램이나 신기루처럼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있고, 또 누가 어떤 조작을 한 줄 모르는 상태에서 단순히 눈에 보인다고 그것을 바로 믿어버리는 것은 너무 성급한 행동이다. 아니, 무신론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눈에 보이는 것도 믿지 않는다면 대체 무엇을 믿는다는 말인가?

맨 위 '논리'를 파헤쳐 보면 무신론자가 무엇을 '믿는' 지 알 수 있으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공기와 신의 차이점이 뭔 줄 아는가? 투명하고 안 투명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바로 증명 여부이다. 공기의 존재는 증명됐다. 반면에 신은? 존재한다는 증거는 거짓으로 판명되고, 증명은 모두 논파 당하고 반증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무신론자(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하는 과학적 회의주의자)는 그것이 눈에 보이건 안 보이건 간에 그것이 확실히 존재한다는 증거 또는 증명이 있어야 그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무신론자가 신을 믿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투명한 공기는 존재한다고 증명되었지만 신은 존재한다고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의 존재가 증명되지 않았기에 무신론자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것이니, 이제 유신론자는 공기 타령은 그만하고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보여주거나 증명을 하기 바란다. (사실 "신을 보여달라"는 몇몇 무신론자의 말은 정말 신을 보여달라는 뜻 보다는 신의 존재에 대한 증거를 보여달라는 뜻에 더 가깝다.) 무신론자는 증명된 것만 '믿는'다. (여기에서 '믿음'이란 종교처럼 근거 없이 맹목적으로 무언가를 믿는 게 아닌 '어느 것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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