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종교 관련해서 이야기하다 보니 종교의 신앙 정도를 구분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이것은 신앙의 질(신앙심의 깊이)에 따른 구분이 아니라 신앙의 양에 따른 구분이다.

종교 신앙 정도 구분

근본주의 : 경전에 있는 신비한 것을 거의 다 믿는다. 신, 천지창조, 기적, 예언, 사후세계 등 핵심적인 것은 물론이고, 주변적인 것도 대부분 믿는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는 스스로 복음주의자라고 하는데 결국 같은 말이다.

중도주의 : 경전에 있는 신비한 것을 그렇게 많이 믿진 않지만, 일정부분 믿는다. 신의 존재 같은 종교의 핵심적인 것은 빠지지 않는다. 자유주의와 중도주의를 구별하기도 하는데 내겐 별 의미가 없어서 보통은 자유주의도 중도주의라고 부르겠다.

철학 : 경전에 있는 신비한 것을 전혀 믿지 않고, 단지 그 종교의 가치관(이웃사랑 따위)에만 관심이 있다. 철학은 내가 정의한 종교에 들어가지 않지만, 중도주의와 철학을 같은 것으로 취급하려는 경향이 있어 같은 게 전혀 아님을 밝히려고 일부러 집어넣었다.


일반적으로 비종교인들은 근본주의를 더 경계하지만, 사실 더 무서운 것은 중도주의다. 겉모습부터 강도인 사람이 초인종을 누르면 함부로 문을 열어주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혀 강도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이 초인종을 누르면 사람들은 경계를 늦추게 된다.

중도주의는 마치 철학인 척 위장하여 종교를 전파한다. 기독교 중도주의를 예로 들면, “종교 근본주의에서 주장하는 신화적인 얘기는 거짓이다. 중요한 것은 예수의 이웃사랑 같은 가르침이다.” 해놓고 결국엔 야훼를 말한다. 신 같은 몇몇 핵심적인 부분은 근본주의와 별 차이가 없다. 손님인 척 위장하고 강도행위를 저지르는 것이다.

우리가 손님과 강도를 정확히 구별해야 하듯이 종교 중도주의와 철학도 정확히 구별해야 한다.

,

최근 올라온 글

최근 달린 댓글

최근 엮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