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이성, 종교는 감성이라는 잘못된 이분법이 있다. 과학은 이성이 맞지만, 종교는 감성이 아니다. 종교는 비이성(비이성이란 말을 직접적으로 해석하면 ‘이성이 아닌 것’이란 뜻으로 감성도 비이성에 포함될 수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비이성’은 감성이 포함되지 않는다)이고, 예술이 감성이다.

감성은 무엇인가?
사전에선 감성이 [자극이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이라고 나와 있다. 예컨대 ‘그림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시를 읽고 감동을 하는 것’을 뜻한다. 

감성은 무언가에 감동하는 것이고, 거기서 끝난다. 종교 경전을 보고 감동을 할 수도 있다. 경전을 보고 감동하는 것 딱 여기까지가 감성이다. 그 이상 나아간 것은 감성이 아니다.

(사전에 나오는 감성의 다른 뜻인 [이성(理性)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외계의 대상을 오관(五官)으로 감각하고 지각하여 표상을 형성하는 인간의 인식 능력]은 인간의 다섯 가지 감각(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만지고)에 대한 능력을 뜻하므로 우리가 말하는 감성과 아무 관련이 없다.) 

종교는 왜 감성이 아닌가? 
앞서 말한 경전을 보고 감동하는 사례를 보면 종교가 감성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종교는 감성이 될 수 없다. 종교는 감동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종교는 옳고, 그름(윤리 : 다른 신을 믿는 것은 나쁜 일이다) 또는 참, 거짓(사실 :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에 대해서 말한다.

돼지고기 먹는 것을 나쁜 일이라고 믿는 것을 감성이라고 할 수 있는가? 제우스가 번개를 친다고 믿는 것을 감성이라고 할 수 있는가? 종교는 이것들의 주어만 다른 것으로 바뀐 것을 믿는 것이다.

옳고, 그름(윤리)이나 참, 거짓(사실)은 감성이 아니다. 감성은 무엇이 옳거나 참되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종교는 윤리나 사실에 대해 주장하기 때문에 감성이 될 수 없다. 

마치며
근거 없이 맹목적으로 믿는 것을 이성적이지 않다고 해서 감성이라고 부를 순 없다. 또 종교를 믿는 계기가 감동이라고 해서 종교 자체가 감성이 될 순 없다.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보고 감동하는 것은 감성이지만, 그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이성이듯이, 종교는 감성이 아니라, 단지 비이성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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